일본경제는 1953년부터 1973년까지 놀라울 정도의 고성장을 이루었다. 이 20여년을 지나면서 농업이 주요산업이었던 일본은 세계 최대의 산업국으로 변모하였고 철강과 자동차의 최대 수출국이 되었다. 경제지표 뿐 아니라 국민들의 생활수준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이에 따라 70년대 후반부터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일본경제의 성공 비결에 관한 논쟁이 벌어졌다. 물론, 70년대 이후 일본 경제의 고성장세는 둔화되었지만 여전히 일본의 성장률은 미국 등 여타 선진국들보다 높았다.

일본경제의 성공 원인에 관한 분석은 크게 두 줄기를 따라 이루어졌다. 하나는 일본의 고성장을 훌륭한 기초경제여건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이었다. 탁월한 교육수준과 높은 저축률 등 국민경제의 기초 환경을 이루는 여건들이 주로 거론되었다. 이 견해는 어떻게 일본이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고부가가치 상품들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뒷받침하는 논리였다.

또 하나의 분석은 일본이 기존 선진국들이 구축하고 있던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상당히 다른, 근본적으로 보다 효율적인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를 개발해냈다는 견해였다. 일본의 자본주의가 여타 선진국과 구별되는 특징으로는, '정부의 관리감독'과 '게이레쓰'(일본 특유의 선단식 기업집단, 한국의 재벌과 유사)가 주로 거론되었다.

일본 정부는 50년대와 60년대의 고성장 기간 동안 강력한 지도와 기획을 통해 국가경제의 발전방향을 주도했다. 통산성과 재무성으로 대표되는 일본 정부는, 특히 수입제한과 수입 면허에 기업 대출을 연계시켜 특정 산업과 특정 기업들을 집중 육성, 이들로 하여금 수출위주의 고도성장을 이끌게 하였다.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정부의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기는 하였으나, 정부 주도의 경향은 이후로도 유지되었다.

또한, 일본식 기업집단형태인 게이레쓰는, 주거래은행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을 구성하고 그 주거래은행을 통하여 간접금융 위주로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계열사들로 하여금 단기 자금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계열사간 상호출자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함으로써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에 있어 단기 수익성을 추구하는 대신 장기적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은행 예금을 보장함으로써 단기 수익성의 저하에 따른 은행 부실에도 불구하고 뱅크런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었다.

이런 여건 하에서 일본 정부는 성장동력으로 삼을 만한 산업들을 전략적으로 설정하고, 대기업 집단들을 해당 산업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나서 전략 산업분야에 진출한 기업들이 기술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철저하게 보호정책을 폈다.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일단 수출전선에 나서게 되면 단기 수익성은 무시하고 시장점유율 확대에만 주력하였다. 이런 식으로 해당 산업의 국제적 지배력을 확실히 하고 나면 다음 성장 산업으로 초점을 이동하는 식이었다. 일본은 이러한 방식으로 철강, 자동차, 가전, 반도체 등의 주요 고부가가치 산업들을 정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