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는
정치를 도덕과 분리하여 사고한 최초의 사상가라는 점에서
근대 정치의 시작이라고 여겨진다.
이전의 사람들이 정치체제를 인간의 덕과 윤리를 실천하는 과정으로 생각해온 반면,
마키아벨리는 정치가 도덕과 별개의 영역이라고 보았다.

마키아벨리 시대, 16세기 초의 이탈리아는
여러 도시국가가 상업 경쟁을 통해 서로 대립하고 있었고
프랑스 스페인 등이 호시탐탐 세력확대를 시도하는 가운데
교황령이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을 피할 수 없으며
그 운명에 순응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을 상징하는 것이 Fortuna, 즉 운명의 여신이다.

그런데 마키아벨리는
정치적 여건들이 끊임없이 변하는 이유가 어떤 숙명적 법칙 때문이 아니라
우연한 사건들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주어진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운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야 하며
우연한 정치변동에 대해 능숙하게 대처하는 것을 virtu라 하였다.
그는 인간에게 주어진 나쁜 운명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virtu를 키우는 것이라고 보았다.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17세기 이탈리아의 상황은
virtu와 관련된 그의 생각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당시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주변 강대국들과 교황의 간섭 하에
빈번한 합종연횡으로 서로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의 외교관으로 일하며
메디치가 치하의 피렌체가 부침을 겪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하였다.
그가 교황청 내부의 세력변화에 따라 체사레 보르자 등의 인물이 부상하고
이에 따라 피렌체가 영향을 받는 것을 보며 <군주론>을 썼다는 것을 상기하면,
virtu에 대한 강조가 근대 정치사상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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