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demos 다수의 결정이 공동체의 전체 이익을 위해 합리적 결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민주주의의 근본적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을 주지 못한다면

여러 다양한 권위주의 체제에 대해 민주주의 체제가 갖는 정당성의 근거는 허약할 수 밖에 없다.

즉 공동선이 무엇인가를 더 잘 알고 그에 관한 지식을 더 많이 갖는

여러 형태의 엘리트지배 체제에 대해 민주주의의 정당성이나 우월함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로버트 다알은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이라는 책에서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알은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기준을 먼저 제시하고

이어서 실제 민주주의의 제도와 요건을 기술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민주주의의 실제 제도만으로는

민주주의의 장점이나 가치가 충분히 발현되기 어렵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다알이 제시한 이상적 민주주의의 기준에서 인상적인 것은 '계몽된 이해enlightened understanding'이다.

이 개념은 아무리 정치 참여의 자유와 투표의 평등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시민 개개인이 자신의 선호가 어떤 것인지 이성적으로 자각하고,

또 사안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투표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지 못할 때

그릇된 민주주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서 '이성적 자각 내지 판단'이란

자신의 선호에 대한 자각과 판단 뿐 아니라

개별 사안과 정책, 입법에 있어서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과 특히 경제적 이해를 위시한 제반 이해관계를

이성적으로 평가하고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